2014년 경기 파주에서 북한군의 드론이 발견되자 국방부는 해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드론 탐지 레이더를 도입했다. 이후 국방부는 드론 부대를 창설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등 드론을 활용한 전투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레이더 탐지 관련 기술력이 미흡해 레이더 시스템은 대부분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스라엘 라다와 영국 브라이터의 드론 탐지 레이더가 대표적이다. 특히 라다의 레이더 성능은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최대 3㎞ 이상 떨어진 드론을 탐지할 수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지능형로봇연구부 연구팀은 김영욱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연구팀과 5㎞ 이상 떨어져 비행하는 초소형 팬텀 드론(55㎝×55㎝×40㎝)도 추적할 수 있는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2일 발표했다. 2016년 국내 최초로 200m 이상 탐지 가능한 레이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나온 성과다. DGIST는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탐지기술로, 관련 산업 발전과 국방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차세대 딥러닝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주목받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s) 기반 레이더 인지 기술을 개발해 식별률을 높일 계획이다.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식률이 높아지는데, 이 GANs 알고리즘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만 가지고도 이동하는 표적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오대건 지능형로봇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개발 과정에서 레이더 시스템 내부의 송신부, 수신부, 안테나, 신호처리 플랫폼 등 하드웨어 부품을 100%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해 기술 자립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강조했다.
DGIST의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방위사업청 ‘레이더 연동 안티드론 통합솔루션’ 신속시범획득사업에도 선정됐다. 오는 6월께 육군, 해군, 공군에 인도 후 시범 운영될 예정으로 우리 군의 드론 방어체계 구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속시범획득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처음 추진하는 사업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군에 신속히 도입하기 위해 민간 혁신기술을 제안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방혁신사업이다. 오 선임연구원은 독자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를 위해 올해 DGIST 연구원 창업기업 TORIS를 설립했다. TORIS는 방위사업청 신속시범획득사업에 DGIST와 함께 참여하게 됐다.
오 선임연구원은 “국내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독자적인 레이더 신호처리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DGIST의 지속적인 연구 지원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레이더 원천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이스라엘 위주의 드론 탐지 레이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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