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서 무릎 꿇은 윤호중…'성추행 피해자'에 간접 사과

입력 2021-04-22 17:23   수정 2021-04-2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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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에둘러 사과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같은 날 당 지도부에 “국민과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며 당 쇄신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새로 구성된 원내지도부와 함께 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앞에서 1분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참배 후 방명록(사진)에는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살피겠습니다”고 적었다. 방명록에 ‘피해자님’을 거론한 것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보궐선거 발생 이유가 됐던 (박·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무릎까지 꿇은 건 대선 패배 후인 2013년 신년 참배 이후 처음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주변 인사들에게 “어려운 정국과 국민에 대한 죄송함 등 만감이 교차해 나도 모르게 무릎이 꿇어지더라”고 전했다.

이날 윤 위원장의 ‘피해자님’ 언급이 공식적인 사과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충원에서 사과한 배경에 대해 “우리 당이 그분(피해자)들에게 충분히 마음으로부터 사과를 드리지 못한 것 같은데, 직접 찾아가거나 뵙자고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며 “현충원이 적절한 장소라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는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며 “윤 위원장의 사과는 너무나 모욕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당 지도부에 전하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과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한 당 쇄신위원회 구성도 요구했다.

고은이/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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