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구역 묶이는 압구정·목동 "재건축 사업 속도는 빨라질 것"

입력 2021-04-22 17:37   수정 2021-04-23 02:43

“토지거래허가구역 소문이 나오자마자 기존 최고가보다 3억5000만원 높은 40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매수자가 있습니다. 구역 지정이 끝나는 1년 뒤를 노리겠다는 지방 매수 대기자도 꽤 있네요.”(압구정동 J공인 대표)


오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서울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지역 주민들은 ‘거래 절벽’을 우려하면서도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해 주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년째 표류 중인 여의도와 압구정동은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반기는 모양새다. 지구단위계획 통과에 앞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압구정3구역은 조합 설립 동의율이 93%에 달할 만큼 실거주하면서 재건축을 기다리는 집주인이 많다”며 “거래는 줄겠지만 지구단위계획안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오세훈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범아파트 방문을 제안한 건 사실상 여의도가 ‘서울 재건축 지역’이라는 인증을 받은 게 아니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강변 50층 재개발을 추진하는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은 ‘35층룰(35층 층수 제한)’ 완화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분양 물량을 기부채납하더라도 50층 높이로 아파트를 지어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수2지구 조합 관계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한강변 아파트 가격이 최근 많이 올랐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해한다”며 “다만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층수 규제 완화는 속도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전진단 문턱에 막혀 있는 목동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높았다. 양천구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에 앞서 서울시구청장협의회를 통해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율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며 “허가구역 지정 이후 안전진단 규제를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목동6단지 관계자는 “안전진단 기준만 낮아지면 목동 재건축은 본격적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당 지역 인근으로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인근 개포, 역삼, 도곡 등의 아파트로 수요가 몰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노원구 상계주공 등 다른 재건축 단지나 반포동 등 서초구로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압구정아파트지구(현대 등 24개 단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시범, 삼부 등 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1~4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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