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해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한 가운데 검찰은 기소를 미루고 있다.
류 전 최고위원 측 변호사는 23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민사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한 사건을 검찰이 기소도 안 하려고 하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며 "검찰이 유력 정치인 봐주기, 눈치보기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8년 2월 홍 전 대표가 자신을 성추행하고 최고위원회의 출석을 방해해 업무를 방해했으며, 모욕과 명예훼손 등 총 6건의 불법행위를 저질러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홍 전 대표를 형사고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홍 전 대표가 류 전 최고위원에게 총 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홍 전 대표가 SNS를 통해 류 전 최고위원을 '주막집 주모'라고 표현한 것,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류 전 최고위원에 대해 "성희롱을 할 만한 사람한테 해야지"라고 말한 부분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최고위원회 출석을 방해해 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인정했다.
이 같은 민사소송 재판결과가 나온 이후였지만 검찰은 지난해 9월 홍 전 대표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에서 작성한 불기소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홍 전 대표가 사용한 '주막집 주모' '성희롱을 할 만한 사람한테 해야지'라는 표현에 대해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했다.
류 전 최고위원 측은 민사재판 결과와 너무 상이한 판단이라며 항고했고 결국 지난 1월 25일 재기수사명령이 떨어졌다.
재기수사명령은 담당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보완수사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수사를 다시 진행한다는 취지의 처분이다.
류 전 최고위원 측 변호사는 "재기수사명령은 담당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보완수사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수사를 다시 진행한다는 취지의 처분이지만, 홍 전 대표 발언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여 재기수사명령을 한 것이므로 사실상 기소명령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3개월 가까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사건은 현재 서울 남부지검에 배당되어 있다. <한경닷컴>은 담당 검사의 입장을 청취해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류 전 최고위원 측 변호사는 "민사재판에서 승소한 사건이면 최소한 재판에는 넘겨서 판단을 구해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검찰이 시간을 끌면서 홍 전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이러다가 곧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또다시 정치적 일정을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 발언으로 피해 입은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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