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청구서' 내민 바이든…주식·부동산 수익 세금 두배 올린다

입력 2021-04-23 13:37   수정 2021-04-30 16:5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 자본이득(투자수익)에 대한 세율을 20%에서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1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재정지출 계획을 준비하면서 소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공격적 돈풀기에 따른 청구서가 ‘부자 증세’ 형태로 날아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화하면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선 주별 세금 등을 감안할 때 자본이득세율이 50%를 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자본이득세율 인상 전 주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이득세율 20%→39.6%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을 두 배가량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자본이득세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매각 수익에 붙는 세금이다. 손실을 합산해 부과하며, 자산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개인소득세율(현재 최고 37%)을 적용받지만 보유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최고 20%만 내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이 수익이 100만달러 이상이면 최고세율을 39.6%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내야 하는 자본이득세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우선 고수익에는 ‘오바마 케어’(정부 지원 건강보험) 기금용으로 3.8%의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걷는 자본이득세율은 최고 43.4%에 이른다. 여기에 주 정부가 별도로 자본이득에 과세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뉴욕주에선 52.2%, 캘리포니아주에선 56.7%의 자본이득세를 물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연봉 40만달러 초과분에 대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7.0%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식 처분 늘어날 수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 가족계획’이란 이름의 추가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 맞춰 1조달러 규모의 보육·교육 등 ‘인적 인프라’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필요한 돈을 자본이득세 증세 등으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재원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율 인상(21%→28%)을 제안했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도 바이든 대통령이 자본이득세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에선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자본이득세율을 39.6%로 올리면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개인소득세)보다 낮은 세제 관행도 뒤집힌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방안은 대선 공약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이득세율이 인상되면 세후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날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자본이득세율 인상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각각 1%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자문사 알리안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자본이득세율 인상안에 대해 “올해 (주식) 매도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금융 최고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더 임박해 시장에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변수는 공화당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자본이득세율 인상 방안에 대해 “투자를 줄여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은 법인세율 인상에도 부정적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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