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미치겠네요….” 최근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해 도지코인을 1000만원어치 사들인 직장인 K씨. 23일 새파랗게 물든 시세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500원대까지 치솟았던 도지코인이 전날 300원대로 떨어지자 ‘저가매수 기회’라고 판단해 들어갔지만 하루 새 30%가 더 떨어졌다. K씨는 “주변에서 ‘버티다 보면 구조대(반등 기회)가 올 것’이라곤 하는데,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했다.
도지코인은 이달 초만 해도 한 개 가격이 100원도 안 되는, 그저 그런 ‘잡코인’의 하나였다. 그런데 13일부터 매일 30~100% 뛰더니 19일 575원까지 치솟았다.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에 달해 유가증권시장을 뛰어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요즘 도지코인의 하루 거래대금은 2조~3조원 선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투자자가 알트코인에 몰리는 것은 ‘한 방의 꿈’ 때문이다. 코인데스크 통계에 따르면 도지코인의 30일 변동성은 3.6으로, 비트코인(0.5)의 7.2배에 달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재미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좋아한다고 해서 유명해졌을 뿐, 이 코인을 활용해 추진되는 사업은 딱히 없다.
도지코인 값이 이상과열 징후를 보인 초기부터 금융권은 물론 암호화폐 전문가들까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투자가치가 ‘0’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는 이유는 최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지코인은 발행량이 무제한이고 지금도 1분에 1만 개 넘게 생성(채굴)되고 있다. 더구나 소유 구조의 분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까지 풀린 도지코인은 1293억730만55개에 이르는데, 이 중 47%를 상위 10명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전도사’로 유명한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도지코인은 내재가치가 전혀 없다”며 “암호화폐에 투자하려거든 도지코인이 아니라 비트코인에 해야 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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