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CEO)이 지난 월요일(결제일 21일, 매수일은 19일)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주당 8만3800원에 매수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위 임원이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김 부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 사실이 알려졌다. 주식 매수액은 8억3800만원이다. 지난해 김 부회장 연봉(약 83억원)의 10% 정도다.
2009년 7월9일 김 부회장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7217주를 주당 19만7100원에 받았다. 당시 종가는 65만원이었다. 시세보다 약 45만원 정도 싸게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7월13일(이하 결제일 기준) 주당 65만6408원에 7217주를 팔았다. 김 부회장은 당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약 33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삼성전자의 50대 1 주식분할로 2018년 5월 보유 주식수는 3500주에서 17만5000주가 됐다. 주당 평균 매수가액은 5만134원이 됐다.
2019년 5월15일엔 2만5000주를 주당 4만2882원에 샀다. 투자액은 10억7205만원이다. 이로 인해 김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총 20만주가 됐다.
2017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0만주를 사는 데 김 부회장이 투자한 돈은 약 98억4600만원, 주당 평균 매수가격은 4만9228원이다. 20만주의 가치는 23일 종가 기준으로 '165억6000만원'이다. 약 3년 반 만에 삼성전자 주식으로 약 67억1450만원의 평가이익을 낸 것이다. 수익률은 68.2%다.
가장 최근 거래를 제외하고, 2009년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실현한 33억원의 이익, 현재 67억원의 평가이익을 합쳐 100억원 정도의 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현재 시점에서 주식을 왜 샀을까. 삼성전자는 경영진의 주식 매매에 대해 지금까지 "개인적인 일"이라며 공식 언급을 안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는 29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설명회(컨퍼런스콜)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 1분기 예상보다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 동기, 직전 분기보다 10% 이상 감소하며 시장 기대를 밑돈 수치다. 미국 오스틴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 대규모 설비투자 지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모바일 D램 가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수장이 직접 주식을 매수한 건 '2분기 이후는 반도체 시장이 긍정적'이라는 시그널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도 2분기부터는 반도체사업의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D램 슈퍼사이클(장기호황) 효과가 본격화하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사업에서 6조원 가까운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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