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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발에 따라 세종시는 남양유업 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예고했다. 이 회사 제품의 38%를 책임지는 생산라인을 멈춰야 할 판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도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부담은 인터넷에서 다시 확산되는 불매운동이다. 남양유업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오히려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아닌지를 핀별해주는 ‘남양유없’이라는 앱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부터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조직적으로 경쟁사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뿌린 정황이 드러나 문제가 된 사례도 2009, 2013, 2020년에 걸쳐 반복됐다. 그런데 여론이 나빠져도 회사 차원의 대응은 늘 굼뜨고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2012년 1조3650억원이던 남양유업 매출은 지난해 9489억원으로 8년 새 30% 줄었다. 이 기간 주가는 65%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4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리스크 관리의 실패 사례로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판”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사회공헌활동(CSR)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조99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8% 늘었다. 기업 한 곳당 평균 지출액은 136억원에 달했다. 회사 매출에서 사회공헌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2011년(0.26%) 이후 가장 높았다.
평판 리스크가 무서운 까닭은, 이처럼 오랫동안 돈을 쏟아붓고 정성을 들여 구축한 기업 이미지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평판을 깎아먹은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땅콩 회항’ ‘라면 상무’ ‘맷값 폭행’ 등의 사건은 수년이 지나도 대중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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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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