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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이 팔다리 모양의 촉수가 덜렁덜렁한 괴물 의상을 입고 일본 도쿄 시내를 활보한다. 놀라고 황당해하는 시민 반응이 사진과 영상에 찍힌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불(57)의 퍼포먼스 작품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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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의 초기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이불 시작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불이 30여 년 전 발표한 파격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80~1990년대 발표됐지만 지금 봐도 충격적인 작품이 많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의 전신이 그려진 10m짜리 거대 풍선 설치작품 ‘히드라’가 있다. 1997년 발표된 이 작품은 관람객이 펌프를 발로 수만 번 밟으면 온전한 형체로 부푼다. ‘히드라’를 통해 이불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오리엔탈리즘 등 사회의 여러 고정 관념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퉁퉁 부어오른 팔다리를 얼기설기 붙이고 붉은색을 칠한 설치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한지와 천, 솜 등으로 만든 ‘소프트 조각’이다. 관람객과 바지를 바꿔 입는 퍼포먼스 ‘웃음’을 비롯해 1988~1996년에 작가가 벌인 12개의 퍼포먼스 기록 영상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불의 최근작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주로 흰 머리카락과 자개, 꽃 등을 이용한 평면 작업. 알루미늄과 거울, 철 등을 활용한 조형 작업이다. 2011년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이불의 ‘Sternbau No.25’(2010)는 13만5000달러(약 1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미술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스테인리스 강선을 소재로 한 이불의 설치작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기행에 가까운 초기 퍼포먼스 작품과 최근 작품을 비교하며 작가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재미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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