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업체 A사는 요즘 팀장급 개발자를 구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에 출시한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의 중·고생 학습용 앱에 추가로 애플 운영체제(iOS) 기능을 넣을 계획이었지만, 개발자가 갑자기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아이폰을 이용하는 학생이 많아 안드로이드 앱으로는 출시 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쪽짜리 프로젝트로 전락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개발자 연쇄 이직이 잇따르면서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직원 10명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밸류체인 말단에 있는 중소 IT업체의 고민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연봉 수준이 낮아 우수 인력을 데려올 수 없고, 경력을 쌓은 직원들은 더 큰 기업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 개발자에게 유능한 경력 개발자를 추천하도록 해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보험서비스 IT기업 보맵은 직원이 경력 개발자를 추천해 입사까지 이어지면 채용 포상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작년 9월부터 도입해 두 명의 개발자를 뽑았다.
프로젝트 매니저(PM)급의 핵심 개발자를 주로 알선하는 헤드헌터 업체의 위상도 높아졌다. 한 IT 솔루션 업체 사장은 “헤드헌터를 이용하면 신규 고용되는 엔지니어 월급 3개월 치가량을 헤드헌터 업체에 고스란히 수수료로 지급하는 계약도 체결한다”고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개발인력의 몸값도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톱티어’ IT 업체들의 연봉 인상만 부각되다 보니 중소기업까지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는 물론 웹디자이너까지 들썩이는 분위기다. 모바일용 게임을 개발하는 한 업체 대표는 “웹디자이너 면접에서 연봉 조건을 묻자 ‘A유통 플랫폼사가 7000만원 이상 받으니 저도 5000만원은 받고 싶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체 개발자를 섣불리 충원했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있다. 이른바 ‘입 개발자’를 뽑아 낭패를 겪는 경우다. 실제 개발 능력은 부족한데도 면접 과정에서 말로 역량을 부풀리는 사람들이다.
기업용 영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IT기업 대표는 “코딩학원에서 1~2년 공부한 초짜 개발자가 쌓아놓은 데이터를 날려 먹거나 성능이 안정화되지 못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있다”며 “원점에서 다시 제품 개발을 하거나 고객사로부터 납품 계약 파기를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IT업체 대표는 아예 유명 코딩학원과 제휴를 맺었다. 학원에 교육비 명목으로 지원을 하고, 유능한 학생을 일종의 ‘입도선매’로 추천받을 수 있게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에 입사 원서조차 내지 않고 코딩 테스트도 거부해 우수 직원을 뽑으려면 우회로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첨단 설비 보급을 서두르는 중소제조업체들도 개발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프럼파스터 조병국 본부장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첨단 설비를 구축하는 데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필요하지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채용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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