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넓은 공간에 고성능 스포츠카 같은 가속력.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시승에서 받은 느낌이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2WD 프레스티지 모델. 두 시간여 운전한 아이오닉 5는 디자인, 공간, 주행 성능, 충전 기술 등 대부분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 1분기 말 기준 4만 대 이상 사전 계약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움직이는 콘솔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뒤로 140㎜까지 밀었더니 1열 공간이 크게 넓어졌다. 다만 다소 강한 힘으로 당기거나 밀어야 움직일 수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적용으로 구현한 실내 공간은 기존 차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대형차 수준인 3000㎜에 이르는 축간거리 덕분이다. 운전석 시트 등받이와 쿠션 각도는 편안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조절이 가능했다.
12인치 클러스터와 1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하나의 유리로 덮은 실내 디스플레이는 ‘편안한 거주 공간’이라는 테마를 대변하는 듯했다. 뒷좌석에선 편안하게 앉아도 무릎 앞 공간이 충분했다.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는 앞으로 135㎜까지 이동된다. 트렁크도 넉넉했다. 골프백 4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공간이다.
간혹 시승하면 ‘새 차’ 냄새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있지만 아이오닉 5 실내는 바이오 페인트와 친환경 가죽 및 패브릭이 적용된 덕분에 원래 타던 차처럼 편안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최대 토크 350Nm의 강력한 힘이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AWD 모델은 최대 토크가 605Nm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에서 ‘노멀’로 전환한 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했다. 시속 100㎞ 제한 구간에서 설정 속도를 100㎞로 맞춘 뒤 달리던 중 도로 상황이 시속 80㎞ 제한으로 바뀌자 차량도 알아서 최고 속도를 80㎞로 낮춰서 운행했다.
충전을 위해 찾은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엔 350㎾급 초고속 충전설비 ‘하이차저’가 총 8개 설치돼 있었다. 하이차저는 아이오닉 5처럼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충전할 때 18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연결선에 부분 자동화 방식이 적용돼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고 손쉽게 충전구를 연결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충전소 도착 때 배터리 잔량은 47%, 주행가능거리는 195㎞였지만 하이차저로 7분 정도 충전하자 64%, 281㎞로 금세 늘어났다. 충전구 내 10개의 네모 모양으로 구성된 픽셀 인디케이터가 차량 외부에서도 배터리 충전량을 알려줘 유용했다.
시승한 프레스티지 모델(주행거리 405㎞·20인치 휠)은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가격이 5455만원이다. 국비 보조금 최대액(800만원)에 서울시 보조금 최대액(400만원)을 합치면 서울에선 4255만원에 살 수 있다. 익스클루시브 모델(주행거리 429㎞·19인치 휠)은 378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김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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