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은 원전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중립 로드맵을 통해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청정에너지로 분류하고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이는 2018년부터 원자력혁신역량법(NEICA)을 제정하는 등 초당적 협력을 통해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온 원전 확대 정책의 연장이라는 평가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도 지난해 해외 신규 원전 사업에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지난달 열린 ‘14차 5개년 계획’에서 2025년까지 20여 개의 원자로를 신설해 현재 50GW인 원전 발전량을 70GW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는데, 이 계획의 핵심이 원전이다. 또 중국은 소형 원전과 해상 원전 기술 발전을 위해 투자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EU의 기후변화협약 관련 실행 방안 가운데 하나인 ‘녹색산업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도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이 수소, 풍력, 태양광, 천연가스 등 이미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원과 비교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축소에 나섰던 일본도 최근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고, 소형 원전 개발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말 나온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원전은 현재 25기(23.3GW)에서 2024년 26기로 늘었다가 2034년엔 17기(19.4GW)로 줄어든다. 특히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 기술 확보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며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으로 회귀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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