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분기 '반짝 성장'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21-04-27 17:49   수정 2021-04-28 00:20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1.6% 증가(속보치)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도 1.8% 늘었다. 수출 증가율(1.9%)이 전분기(5.4%)보다 낮아졌지만 민간소비가 1.1% 늘며 침체된 내수경기 회복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1분기 GDP(470조8460억원)는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 수준(468조8143억원)을 넘어섰다. 홍남기 총리대행은 “정부의 당초 2021년 전망치 3.2%를 넘어 3%대 중후반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1분기 경제성적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가 개선된 게 고무적이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여전하고 반도체 공급 부족, 물류비 급등 등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많아 마냥 낙관할 수도 없다.

최대 변수는 코로나 백신 보급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국민 70%의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 집단면역’을 차질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 만큼 “백신 문제를 정치화해 불안감을 부추기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화’가 아니다. 정부가 K방역에 안주하다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은 사실이다. 지금 중요한 건 정부가 ‘백신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접종 계획이 지연되면 모처럼 지펴진 내수 불씨가 꺼지고, 경제가 다시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이전에도 경쟁력 저하 우려가 컸다. 세계경제가 호황일 때도 ‘나홀로 불황’을 겪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2.0%)은 경제규모가 17배인 미국(2.3%)에도 뒤처졌음을 상기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 영향이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추락에 있다. 그런 와중에도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세금을 쏟아부어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식의 대증요법에만 몰두했다.

경제정책은 큰 틀에서 무수한 대내외 변수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했다. 백신 접종이 빠른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꿈틀거리는 시점이다. 기저효과에 기댄 ‘반짝 성장’이 아니라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려면, 거시적 관점에서 위험요인과 대내외 변수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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