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성장을 이끈 주요 기업은 ㈜한화와 LIG넥스원 그리고 현대로템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2%, 9.9%, 51.5% 증가했다. 특히 현대로템은 정부로부터 5300억원 규모의 ‘흑표 전차’를 수주한 덕분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한화 계열의 4개 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8% 늘어난 약 4조9000억원으로, 10대 기업 매출의 42.3%에 달하는 등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방위산업 생산액은 2016년 16조4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수년간 14조1000억~16조3000억원으로 절대액이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10대 기업 생산액도 9조4000억~11조1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사태에 따른 각종 방산비리 이슈와 징벌적 조치가 주요 원인이었다.
전사 및 방산 부문 간 매출 변화는 기업 내 부문별 인력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10대 기업의 전사 인력은 5만300명으로 4년 전 대비 1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산 인력은 되레 8.8% 증가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9%에서 41.8%로 크게 높아졌다.
방산 수출의 선행지표인 수출 수주 역시 수년간 정체 상태다. 수출 수주액은 2015년까지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대 36억1000만달러에 달했으나, 2017년 이후 26억~30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해외 출장 및 전시회 취소 등 해외 마케팅 제약과 주요국의 국방예산 감소 등의 악재가 겹쳐 부진했다. 올해도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 부진은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높은 정부 예산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생산 규모 증가는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10대 기업 매출은 2016년 대비 불과 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고용은 1700명이 늘어, 심각한 생산성 저하와 더불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열위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에 더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양적 성장 위주의 내수형 산업구조,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관심도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주요 국정 세부 목표의 하나로 제시된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이 무색할 만큼 지난해 방산 수출 비중은 11.9%로 줄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체계종합 위주의 무기 개발·생산 방식은 핵심부품 국산화 소홀→부품 수입 유발구조 고착→협력업체 육성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현지화 요구는 증대되고 있는데 낮은 부품 국산화율은 이들 해외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예산 증액에 의한 내수 중심의 양적 성장 정책은 국제 공동개발 등 수출을 고려한 획득 시스템, 기업의 투자비용 분담, 혁신적 공정개발 그리고 핵심부품 국산화와 연계한 체계 개발 등 질적 구조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개발(검토 포함) 중인 대규모 사업(개발+양산비 1조원 이상 등)은 부품 국산화 계획을 재검토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개발 실패 부담 완화와 전력화 시기 조정 등의 정책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수요국 요구 부응하는 '국가별 수출팀' 운영을
최근 글로벌 수출 시장의 주요 흐름은 다변화·대형화·다양화·현지화로 요약된다. 우리 주력 수출 시장이 아시아·남미 등에서 최근에는 호주·폴란드·슬로바키아 등 선진국과 동유럽 국가로 확장되고 있다. 호주의 레드백 장갑차, 폴란드의 전차사업 규모가 약 45억~60억달러에 달하는 등 단위사업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다. 수출 제품도 함정·항공기·유도무기 중심에서 최근에는 장갑차·전차·자주포 등 지상무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등 다양화하는 추세다. 주요 수입국은 기술이전, 현지 생산, 현지 부품 사용 등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높은 성능과 합리적 가격, 우월한 파이낸싱 시스템과 해외 마케팅 경험, 산업협력 등 체계적 정부 지원으로 우리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수출 시장 환경과 경쟁 상대의 변화는 우리 수출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해외 선진 기업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수출 대상국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수년간 정체 상태인 수출의 대폭적인 확대가 가능하다. 범정부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체계적·조직적 수출 지원 시스템과 거버넌스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가별 드림팀’을 구성해 맞춤형 수출 전략을 통한 공세적 대응으로 수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후진국은 정부 주도형(GtoG)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10억달러 이상 대규모 사업은 ‘선진국 + α’ 수준의 선진형 수요자 파이낸싱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현지화 지원을 위한 ‘공급자 금융’, 협력 기업과의 동반진출 지원 방안 등의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방산 수출은 정부가 주도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 주도의 민간 수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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