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참모들과 술을 곁들인 만찬 행사를 가진 것과 관련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의 각종 만남과 행사 참석 등은 대통령으로서 업무수행의 일환이라는 이유에서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중수본은 해당 모임이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할 순 없으나 공무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인사개편으로 교체된 최재성 전 정무수석, 윤창렬 전 사회수석, 강민석 전 대변인, 김영식 전 법무비서관 등 전직 참모 4명을 관저로 불러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누리꾼은 명백한 5인 모임 금지 위반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비공개 일정이라서 (만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만약 일정이 있었더라도 공적인 만남이기 때문에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명희 의원은 "국민들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자신은 5인 이상 술자리를 갖는 걸 국민들이 이해하실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수본 방역수칙에 따르면 공무나 기업의 필수 경영 활동 등 업무로 인한 모임은 사적모임에 해당하지 않으나, 회의 등의 전후로 이뤄지는 식사 모임은 사적 모임으로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사실상 퇴임하는 참모들에 대한 송별회 성격이었던 청와대 만찬도 사적 모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청와대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다.
누리꾼들은 중수본 결정에 대해 "퇴임하는 참모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이 어떻게 공무인가?" "대통령만 참석하면 술자리도 공무? 그럼 기업에서 접대를 위해 술자리를 가져도 공무 아닌가?" "대통령부터 안 지키는 방역수칙을 국민에게만 강요하나?" "내로남불의 끝판왕" 등의 의견을 남기며 반발했다.
이외에도 최근 여권에서는 이른바 방역 내로남불 사례가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8·15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발언했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방역수칙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노 전 실장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0여명은 국회의사당 앞 카페에서 모임을 가져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당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지지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에는 국민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던 여권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국립현충원을 비롯한 전국 국립묘지는 아예 문을 닫아 일반 국민은 성묘를 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지인들과 만남을 잠시 멈춰 달라'는 공지글을 SNS에 올린 후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가진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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