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를 발행하는 LG전자가 모집액의 네 배에 이르는 투자 수요를 모았다. 해외 신용등급 상승,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발행 물량 일부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으로 발행하는 점도 흥행에 도움을 줬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조28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600억원을 모집한 5년물에 5500억원, 7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7년물에 2300억원이 모였다. 1100억원 규모인 10년물과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15년물에도 각각 3800억원과 12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발행 금리도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제시한 시가평가 금리(민평 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다. 5년물과 7년물은 각각 민평 대비 0.05%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낙찰됐다. 10년물은 민평보다 0.15%포인트, 15년물은 민평 대비 0.20%포인트 낮은 금리로 발행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권발행 시장이 호황이긴 하지만 LG전자와 같은 신용등급 AA 기업이 모든 만기에 걸쳐 민평 대비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잇달아 LG전자 신용등급을 올렸고, 대규모 적자로 그동안 LG전자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던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한 점에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5년물과 7년물을 ESG채권으로 발행하는 점도 흥행 요인이 됐다. 큰손 투자자들이 투자에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ESG 채권 수요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수요예측에도 주요 연기금과 은행들이 모두 참여해 ESG채권에 매수 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조달한 자금 중 13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쓴다. ESG채권으로 조달한 1300억원은 LG사이언스파크 2단계 건설 비용으로 배정했다. 나머지 4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수요예측 흥행에 LG전자는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KB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