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1000개 매장 동의 구하라니…" 프랜차이즈 업계 '초비상' [정의진의 경제야놀자]

입력 2021-04-28 15:00   수정 2021-04-28 18:10


"할인행사 한 번 한다고 1000개 넘는 지점에 일일이 동의를 구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프랜차이즈 업계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규제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한 본사의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본사가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이 수반되는 광고나 판촉행사를 하기 전에 '일정 비율' 이상 점주들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치킨 업계 국내 1위 프랜차이즈 업체인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269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데, 교촌이 전국적인 할인 행사를 하려면 1269개 업체에 모두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 1269개 매장 가운데 얼마나 동의를 구해야 실제로 할인할 수 있는지는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광고든 할인이든 마케팅의 핵심은 속도와 타이밍"이라며 "시장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매번 1000개 넘는 지점에 일일이 연락을 돌려야 하면 어떻게 경쟁사 전략에 대응을 하고, 어떻게 경영을 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을 주도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가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주들에게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일이 흔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난해 전국 가맹점 1만20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2.6%의 가맹점주가 "본부로부터의 불공정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러 종류의 불공정거래 가운데 '광고비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를 경험한 가맹점주가 1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갑질 등 부당한 업계 관행이 시장에 맡겨놔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엔 본부의 갑질이 알려지면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본부에서도 큰 타격을 입는다"며 "소비자가 알아서 본사를 외면하도록 시장에 자율성을 줘야지, 경영의 기본 활동인 광고·판촉에까지 건건이 규제를 들이밀면 시장은 위축되고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엔 일정 비율 이상의 자영업 가맹점주가 가입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공정위가 직접 공인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자영업 점주들이 본사 측과 식재료 가격 등을 두고 다툴 때 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해 정부가 직접 협상 대표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에 등록될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사실상 '정부 공인 자영업 노조'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만들어지면 사측은 '성실히 협의에 응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부가 점주들의 입김에 힘을 불어넣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외식 업계의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정부가 본사를 무조건 악(惡)의 프레임 속에 넣고 점주들과 사측의 갈등을 조장하는 형국"이라며 "사실상 정부 공인 노조가 생기면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할 이유가 하나도 없고, 국내 업체는 대형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경쟁에서 모두 도태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소수 업체의 갑질을 빌미로 공정위가 시장 전체에 갑질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광고·판촉행사 사전동의 제도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비용분담 등에 대해 추후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면 매번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모든 점주가 아니라 일부 점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분리 판촉행사' 역시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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