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 제3-2민사부는 이달 초 노인요양복지시설 운영자 A씨가 요양보호사 B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2017년 8월 1일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근무하면서 총 15일의 연차휴가를 썼으나, 계약 종료 후 자신에게 부여된 총 26일의 연차휴가 중 쓰지 못한 11일분을 수당으로 달라고 해 71만원을 받아냈다. 근무하지도 않은 2년차 수당 요구에 A씨는 수긍하지 못했지만 고용지청의 지도에 어쩔 수 없이 수당을 내줬다. 하지만 이후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패했지만 2심에서는 “2년차 휴가 15일은 전년도 1년간 근무를 마친 다음날 발생하며, 연차휴급휴가는 1년 단위로 휴양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2년차 연차휴가와 관련한 법원 판단은 대부분 1년 이상 무기계약직 등에 대한 판단으로, 1년 단위 계약직의 2년차 연차휴가 유무에 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애초 부실 입법 논란이 많았던 근로기준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1월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강화하겠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입사 2년차까지 연차휴가는 총 15일, 즉 1년차에 ‘월차’ 10일을 쉬었다면 2년차에는 5일만 쉴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1년차에 쉰 날을 2년차 휴가일에서 빼는 조항’만 삭제됐고, 1년 계약직의 2년차 연차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보완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부실 입법은 고스란히 행정해석으로 이어졌다. 고용부는 남아 있는 법조문을 그대로 해석해 딱 1년만 근로하고 그만둔 계약직도 1년차 11일, 2년차 15일 등 총 26일의 연차수당 청구권을 갖는다고 지침을 만들었다.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취지와 달리 소상공인의 부담만 키운 입법과 행정에 “정부가 1년 미만 초단기 계약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원 판결을 받아든 고용부는 당황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책적 측면에서 미비한 점이 없지 않지만 법 해석상으로는 현재 지침이 틀리지 않다”면서도 “해당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고 세밀하게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