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앓는 30대 딸을 흉기로 살해한 60대 어머니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보호와 치료에 전념하다가 자신도 우울증에 걸렸고, 자신과 배우자가 사망하면 피해자가 사회적 냉대 속에 살아갈 것을 우려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의 아버지인 배우자가 선처를 호소하는 점, 피고인이 죄책감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감형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명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피고인에게는 독자적 인격권을 가진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을 권한이 없다"며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들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실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작년 5월 집에서 자고 있던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997년 중학생이었던 딸이 조현병 등 질환을 앓게 되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3년 동안 돌봤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당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등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1·2심 모두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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