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흰머리 짐승인데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네요.(웃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인 이른바 문파들에게 "문자폭탄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이후 수백 개의 인신공격성 문자에 시달렸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강성지지층의 문자폭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이 공개한 그간 받은 문자폭탄 내용 중 일부는 ‘당신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 성공입니다, 축하합니다’, ‘그쪽 일당들하고 다 같이 탈당하고 더민주 이름 더럽히지 말아라’, ‘기를 쓰고 뛰어가 봐야 그 발끝의 때도 못 미치는 인간이라는 걸 오지게 인정하는 것. 응, 네 얘기야’ 등이다.
앞서 조 의원이 ‘문자 행동을 하면 할수록, 여러분의 강력한 힘에 위축되는 의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집권 꿈은 점점 멀어진다’라고 자제를 당부하자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문자폭탄과 관련해 "강성 지지자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특히나 국회의원 같은 경우에는 그런 국민의 목소리와 당원의 목소리를 계속 청취해야 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조 의원은 "SNS에 자제요청 글 올리고 또 문자폭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평소보다 좀 적어서 수백 개 정도였다"면서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위축되고 목소리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다양성이 없어지지 않나. 욕먹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경선에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경선은 권리당원 50%, 또 안심번호 국민여론조사 50%다"라며 "여론조사라는 것도 대개 우리 당 지지 성향의 정치 고관여 층들이 여론조사에 응한다고 봤을 때는 대개 그분들이 거의 여론조사까지 다 반영이 된다고 보면 된다. 즉 강성당원들이 공천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이른바 '반성문'을 썼다가 하루 만에 항복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 "그분들은 아마 처음 당했을 것이다. 온종일 문자가 와서 휴대폰을 사용 못 할 정도로 되면 처음에는 완전히 질리게 된다"며 "저도 처음 당했을 때는 '이게 뭐지?' 싶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김용민 의원이 문자폭탄은 권장돼야 한다.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다. 김대중 대통령도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씀했다"는 진행자 질문에 "제가 찾아보니까 김대중 대통령께서 2009년도 돌아가시기 직전에 6.15선언 9주년 행사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직후에 ‘이명박 정부가 독재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독재를 하는 정부에 대해서 항거를 해야 한다. 이 정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옳은 소리로 비판을 해야 하고 그렇게 못 한 사람은 투표해서, 또 집회에 나가고,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고 말씀했다"라며 "이게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지 자기 소속 의원들한테 문자폭탄 보내고 위축시키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대파에 문자폭탄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 토론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타 후보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자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훗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 대통령에게 실망한 첫 번째 사건'으로 꼽기도 했다.
진 교수는 "극렬 지지자들의 행패를 '민주주의를 다채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정당화했을 때. 그때 이분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