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시대의 주인이 되자

입력 2021-04-29 17:39   수정 2021-05-03 08:55

영국의 50파운드 지폐 속 인물이 바뀐다고 한다. 증기기관을 발명해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을 이끈 제임스 와트와 그의 동업자 매슈 볼턴이 아직까지는 그 주인공이지만, 올해 6월부터 유통될 50파운드 지폐에는 천재 수학자이자 인공지능(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이 나타나게 된다.

앨런 튜링의 생애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제작된 바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비밀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매일 밤 12시에 암호체계가 바뀌는 난공불락의 독일군 암호 ‘애니그마’를 해독하는 일이 그의 임무였다. 다른 사람들은 암호문을 해독하려고 머리를 썼는데, 튜링은 암호체계를 해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했다. 이것이 현대적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시작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암호해독기가 발명됐고, 이것은 연합군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전쟁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했고,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인공지능 테스트인 ‘튜링테스트’ 등을 제안해 AI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 분야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산업에서도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고, 빅데이터, 정보보안 등 디지털 업무영역의 중요성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산업에 공세적으로 진입하고 있고, 금융회사들은 디지털플랫폼 확보, AI에 기반한 신서비스 발굴 등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직 중인 예금보험공사도 작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복적인 일은 소프트웨어 로봇에게 학습시켜 업무를 자동화하고, 직원들은 창의적인 업무에 힘을 쏟도록 환경을 바꾸고 있다. 또 뉴스, SNS 등 소셜미디어에 있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에 활용하고자 시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응답대기 없는 24시간 상담 및 원스톱 안내가 가능하도록 AI 챗봇 기반 콜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세상의 주인은 아니며, 인간이 주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를 위해 프로그래밍하고,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모든 과정에 인간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는 IT에 관심이 많은 직원들과 사내에서 프로그램 코딩동호회를 만들어 같이 배우고 활용해보고 있다. ‘파이선’ 언어를 이용해 원하는 키워드의 기사를 자동으로 모아서 보거나, 간단한 게임도 개발해보면서 AI에 조금이라도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다.

디지털 뉴딜 시대, 인간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근본 원리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접근해 AI를 이해하고 활용해 나간다면 AI가 바꾸는 세상에서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는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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