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65분간의 연설에서 취임 100일 만에 미국이 코로나19에 따른 보건·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이륙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첨단 배터리, 바이오 기술, 컴퓨터 칩, 청정에너지 등 미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지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인 ‘미국 일자리 계획’과 1조8000억달러 규모의 복지 지출안인 ‘미국 가족 계획’ 등 총 4조1000억달러(약 4500조원) 재정 지출 구상을 내놨다. 그는 “미국 일자리 계획에서 모든 투자의 가이드라인은 ‘바이 아메리칸’”이라며 “미국의 세금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의 일자리를 만드는 제품을 쓰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원 확보 방안으로 “기업과 상위 1% 부자가 정당한 몫을 내야 한다”며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율 인상, 연봉 40만달러 초과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 100만달러 이상 투자수익에 대한 자본소득세 인상, 국세청의 부유층 세무조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연봉 40만달러 미만 소득자의 세금은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를 위한 백신 무기고가 되겠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선 “경쟁을 환영하고 충돌을 추구하진 않겠지만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분명히 말했다”며 “국유 기업을 위한 보조금 지급,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 절도 등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해치는 불공정 무역 관행은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책임있는 미국 대통령도 기본적인 인권 침해에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탄압, 홍콩 민주주의 침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이란 핵에 대해선 “미국과 세계 안보에 위협”이라며 “외교와 엄중한 억지력을 통해 두 나라가 제기하는 위협에 동맹과 함께 긴밀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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