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탄소 감축은 '근손실' 유발 우려"

입력 2021-04-29 17:30   수정 2021-04-30 02:22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 증권가에서 한국전력의 탄소 감축 전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방과 근육이 함께 빠져 장기 체력을 갉아먹는 ‘근손실’처럼 한전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29일 한전 목표주가를 2만5000원으로 기존 대비 28.6% 하향했다.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한전은 이날 1.44% 내린 2만3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이 하향된 건 국내 탄소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정책비용이 한전의 부담으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은 한국 전력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탄소 감축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며 “체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좋은 석탄발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만큼 자본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발전사들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고 있다.

유 연구원은 “정책비용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자본을 조달하려면 원가 인상분만큼의 판가 상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전은 작년 말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코로나19 상황 등을 반영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하지 않은 상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6월과 9월 각각 ㎾h당 3원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가정하더라도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609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조276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작년 흑자 전환한 뒤 다시 적자로 돌아가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정책이 지속성 있게 유지될 수 있다”며 “늘어나기만 하는 정책비용을 제한적인 자기자본으로 부담하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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