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고등학생 때 끝난 줄 알았는데···" 전공수업 따라가려고 사교육에 손 뻗는 대학생들

입력 2021-05-04 12:33   수정 2021-05-04 12:35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전누리 대학생 기자] 대학생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글 유형이 있다. ‘전공이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전공 수업 따라가는 게 너무 벅차요’ 등 학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다. 대학생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교육을 선택하기도 한다. 특히 사교육은 취업 준비과정에서도 이어진다.



“학원 수업으로 대학 전공 수업을 보충해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24살 대학생 정 모씨는 휴학한 후 러시아어 학원에 다니고 있다. 전공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내린 선택이다. 정 씨는 학원에 다니기 이전에 몇 차례 인터넷 강의를 수강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강의를 꾸준히 듣는 게 쉽지 않았고, 듣는다고 하더라도 집중 하지 못했다.

정 씨는 문법반과 동사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특강반을 수강하고 있다. 한 과목 당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듣고, 한 수업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학원비는 한 달에 약 30만원이다. 과제에 대해 정 씨는 “주로 당일에 배운 문법 사항이 적용된 스무 개 정도의 문제가 주어진다”며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과제를 보내주시면 풀고 난 다음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학원은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 간 적극적인 교류 또한 가능하다. 학원을 다닐 때와 다니지 않을 때의 차이점을 묻자 정 씨는 강제성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학원은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다. 그에 따른 강제성이 부여된다”며 “그래서 더 계획성 있게 공부하게 되고 꾸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 씨는 대학 커리큘럼이 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희망했다. 정 씨는 “우리 과의 경우에는 언어 수업이 1, 2학년에만 집중돼 있다. 고학년 수업에는 언어 수업이 아예 없고 문화, 지역학 수업만 개설돼 있다”며 “2년 동안 습득한 언어 지식으로 수준 높은 고학년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언어를 전공하는 23살 대학생 박 모 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다음 학기에 전공필수과목 중 하나인 회화 수업을 수강해야 하는데 간단한 질문에도 답을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말하기에 자신이 없어서 지금까지 다른 회화 수업들은 피해왔다”며 “졸업은 해야 하니까 다음 회화 수업은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박 씨는 결국 이번 방학에 학원 수업을 수강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학원을 다녀본 친구들의 조언이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박 씨는 “강의시간 내내 외국인 교수님이 언제 나에게 말을 시킬지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수업을 즐기고 싶다”며 “학원에 다니는 김에 전공어 자격증 시험 대비도 함께 해보려 한다. 취업할 때 전공어 자격증이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하려고 해도 일단 학원은 필수죠” 취준생들 역시 학원 이용 늘어
취업 정보 플랫폼 잡코리아가 2월 알바몬과 함께 취업사교육 경험에 대해 실시한 국내 4년제 대학 3·4학년 및 졸업예정자 7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대학생은 31.6%에 달한다. 또한 이들이 1년 동안 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218만원으로 집계됐다. 취업사교육 경험은 특히 인문계열과 경상계열 대학생에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사교육을 많이 받는 분야는 ‘전공분야 자격증 취득(37.6%)’, ‘영어성적 취득(30.6%)’, ‘컴퓨터 관련 학원 수강이나 자격증 취득(28.9%)’ 순이었다.

24살 대학생 장 모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아나운서 학원을 병행하고 있다.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학원은 일종의 공식 코스다. 장 씨는 “이 분야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아나운서 시험에선 실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한 학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아나운서 학원의 추천제도 역시 학원에 다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큰 방송사를 제외한 작은 소규모 방송사들은 채용할 때 대형 아나운서 학원에 추천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장 씨는 “평소에는 괜찮은데 시험기간에 할 일이 겹쳐서 버겁다. 과제가 꽤 많은 편”이라며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큰 과제들이 있고, 매주 내주는 과제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장 씨는 학원에 만족하고 있다. “강사들이 모두 실무자들로 구성돼 있어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교류하는 것” 역시 좋다고 말했다. 다만 부담스러운 것은 학원비였다. 수업은 주 2회, 각 3시간이며 학원비는 수업 40회에 약 350만원 정도라고 한다. 3명에서 4명이 모이면 반이 구성되고 수업이 열린다.

24살 대학생 김 모씨는 휴학 후 작년부터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일주일 중 6일 학원에 나가고 하루에 두 번 수업을 듣는다. 한 수업은 약 4시간 정도 진행된다. 학원비는 월 40만원 정도다. 수업 방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바뀐다. 2단계까지는 대면 수업으로 진행한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거나 취식을 할 수 없게 하며 거리를 두고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 2.5단계부터는 휴원하거나 혹은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한다. 전 학원생을 세 조로 나눠 주별로 돌아가면서 대면 수업을 듣고, 학원에 나갈 수 없는 다른 조들에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해준다.

대학생들의 사교육 과연 바람직한가
이제 학원은 더 이상 중학생, 고등학생만이 선행학습을 위해,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 아니다. 대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인터넷 강의를 듣고 학원에 다니는 등 대학생들은 사교육을 활용해서 학업을 보충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생 박 씨는 “대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어려움을 겪거나, 취업을 위한 자격증 혹은 시험을 준비할 때 학원에 다니는 게 당연한 흐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여지가 있다. 1년에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대학에서의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따로 돈을 써서 학원에 다니고, 돈을 벌기 위해 다녀야 하는 회사에 합격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모습은 분명 이상적이지 않다.

가능하면 대학생들이 사교육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수준에 맞춰 커리큘럼을 재정비해야 한다. 교수자들은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은 사교육을 결정하기 이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모습이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지만 공부에서든, 취업 준비 과정에서든 제일 먼저 강구하는 방법이 사교육이 돼서는 안 된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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