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노총 거부에도 32억 보조금 편성…예산 낭비 논란

입력 2021-04-30 17:17   수정 2021-04-30 17:24

서울시가 최근 5년간 민주노총서울본부(민노총)에 보조금 약 32억원을 편성했으나, 총 28억원 가량이 불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기간 서울시가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여명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서울시 노동단체 지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민노총에 편성한 보조금 31억6000만원 중 28억원 가량이 불용 처리됐다. 지난해 예산 3억5600만원을 제외하고는 매년 ‘전액 불용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관계법상 지방자치단체가 쓰지 못한 불용예산은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없다. 여 의원은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가 노동단체와의 관계를 위해 예산을 과도하게 낭비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악화된 지역경제 개선, 일자리 확충 등 민생경제 회복 지원이 시급한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예산 운용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한국노총과 민노총에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편성한 예산은 총 134억원이다. 노동자 권리 보호와 복지 증진,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지원 목적이다. 하지만 노동단체 지원 예산의 상당 부분은 ‘한국노총 노동자 자녀 장학금사업’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학금 명목으로 한국노총에 지원된 금액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2억5736만원이다.

노동단체 지원 예산의 대부분이 한국노총 서울본부에 쏠린 점도 지적됐다. 한국노총 서울본부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총 102억78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한노총 조합원 수(45만2656명)는 민노총(94만7854명)의 절반 수준이다. 민노총은 서울시 보조금이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해 보조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의원은 “민노총이 거부하는데도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불용처리해 온 서울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특정단체 자녀들에게 지급해 온 장학금 사업은 등은 역차별 차원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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