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카페인 음료의 대표주자다. 중추신경계 자극제인 카페인은 적정량을 섭취하면 집중력을 높여주고 피로를 줄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량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최대 400㎎이다.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은 35㎎이다. 에스프레소는 볶은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을 넣고 높은 압력으로 뽑아내는 방식이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담긴 카페인 양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를 두 잔 넣었다면 카페인 양은 70㎎으로 뛴다. 종이 여과지에 원두가루를 담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커피 한 잔에는 에스프레소보다 많은 60~10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다른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지 않는다면 아메리카노든, 드립커피든 하루 3~4잔 마셔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보다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진다. 두통, 가슴 두근거림, 속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커피에는 카페인 외에도 1000여 가지 물질이 들어 있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대표적이다. 인체는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산소(유해산소)를 만든다.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상세포를 공격해 노화 등을 촉진한다. 폴리페놀은 이 활성산소와 결합해 노화를 억제한다. 커피는 다른 카페인 음료인 녹차와 홍차보다 폴리페놀이 최대 9배 많이 함유돼 있다. 커피가 ‘노화를 막아주는 음료’로 불리는 이유다.
꾸준히 마시면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매일 200㎎ 이상 카페인을 섭취한 집단이 이보다 적게 섭취한 집단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36%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커피의 폴리페놀 성분이 뇌의 노화를 방지해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설명이다.
당뇨병 예방 효과도 있다. 강릉아산병원의 오미경·김하경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03년부터 11년간 이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당뇨 전 단계’ 판정을 받은 3497명을 평균 3.7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크리머나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블랙커피를 매일 두 잔 이상 마신 집단의 당뇨 발병률은 9.9%였다.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거나 매일 한 잔 정도 마신 집단의 당뇨 발병률(12.1%)보다 낮았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역시 커피를 하루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2형 당뇨 발생 위험이 11%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커피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커피에 대사를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체지방 감소를 돕는다. 노상규 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매일 커피를 1~2잔 마시면 소장에 흡수되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30%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노 교수는 “커피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산소 운동을 하기 전 카페인을 섭취하면 지방 대사를 촉진해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간에 문제가 있다면 커피의 오일 성분이 도움이 된다. 이들 성분은 간에 생기는 염증을 억제해준다. 종이 여과지를 쓰지 않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단 너무 많이 볶지 않은 원두를 사용해야 한다. ‘간세포 보호’의 주역인 클로로겐산은 열에 약해 너무 많이 볶으면 사라질 수 있어서다.
골다공증이 신경 쓰인다면 커피에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가 좋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칼슘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골밀도가 감소한다. 줄어든 칼슘을 보완하려면 커피에 우유를 넣으면 된다. 우유 대신 크리머를 넣는 것은 좋지 않다. 크리머는 식물성 오일의 불포화지방을 인위적으로 포화지방으로 바꾼 것이다.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인다. 당뇨 환자 역시 크리머, 시럽 등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백유진 한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커피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며 “다만 임신 중에는 모든 약물을 조심해야 하는 만큼 권고량 이내에서만 카페인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 공복에 마시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데, 위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위산이 나오면 위염이나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아침에 정신을 깨우기 위해 ‘모닝커피’를 자주 마시면 카페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코르티솔 호르몬은 오전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때 카페인을 섭취하면 과도한 각성 작용으로 인해 두통, 속쓰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