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갈팡질팡 행보는 ‘암호화폐 시장 정상화’보다는 ‘청년층 지지 회복’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데 따른 결과다. 집값 폭등에 분노하다 암호화폐를 대안투자처로 삼은 2030세대의 정서를 함부로 건드리다가는 큰일난다는 판단에 달래기에 몰두한 것이다. 코인 거래 수익에 대한 과세 역시 반발이 커지자 어느새 ‘유예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 거래소 9월 폐쇄 가능’ 발언에 대한 여당의 신경질적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요건을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지난 3월 25일 시행된 만큼 미등록 거래소의 ‘9월 폐쇄’가 현실이 될 수 있는데도 여당은 은 위원장을 질책하며 2030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야당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말꼬리를 잡기에만 치중할 뿐, 제대로 된 대안 제시 없이 여당과 2030과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코인을 불법으로 하면 블록체인 신기술이 사장된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결과적으로 극단적 투기적 거래까지 옹호했다. ‘기득권 정치 타파’를 앞세운 정의당의 행태는 더 한심하다. 여영국 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정책위 의장과 공부를 더 해 보겠다’는 한가한 답을 내놨다. 정치권이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관련 법안 2개가 올라와 있지만 입법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정치권의 이중적 모습은 ‘좋은 집’에 대한 갈망을 죄악시하고 거래를 틀어막아 결국 집값 폭등을 초래한 악몽을 연상시킨다. 안전한 거래 장치를 마련한 뒤 관련 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상식적 수순을 외면한 채 표 되는 쪽으로 치닫는다면 암호화폐는 또 하나의 정책실패 사례가 되고 말 것이다. ‘잡코인(알트코인)’ 대부분이 한국서 처음 상장되고, 자금세탁과 외화 유출이 확인될 정도인데도 포퓰리즘 해법을 앞세울 요량이라면 정치권은 코인 대책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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