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양식’으로 불리는 민물장어 가격이 급락세다. 1년 전 ㎏당(3마리) 4만600원이던 가격이 올해 2월 기준 2만4700원까지 떨어졌다. 1년 만에 약 40% 급락했다. 최근 5년 새 가장 싼 가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월 현재 1년 이상 키운 장어는 1억609만 마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9% 많다. 수족관에서 ‘장수하는 장어’가 넘쳐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보통 1년 양식 장어가 식당에 ‘상품’으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그만큼 급감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외식이 감소한 여파와 지난해 치어 물량 증가가 겹쳐서다. 하지만 올해 급락한 민물장어 가격은 내년에는 거꾸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양식을 위해 들여오는 치어량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장어 양식업체들은 0.2~3g짜리 치어들을 수조에 넣어 약 1년간 250~500g짜리 장어로 키워내 음식점과 마트에 보낸다. 치어 공급량이 이듬해 장어 가격에 직결된다.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보니 장어값은 매년 널뛰기하고 있다. 2017년 1㎏에 3만900원이던 가격이 이듬해에는 4만620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금(金)장어’ 현상은 최근 사그라졌다. 2019년 말에서 작년 초까지 치어가 많이 잡혀 공급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어 양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수요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늘어난 공급량을 의식해 양식업자들이 장어 출하 시기를 앞당기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널뛰기하는 장어값은 한국 수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노르웨이 등 수산 선진국과 달리 영세 어가 중심이라서 투자와 연구개발(R&D)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협 관계자는 “꽃게 등 연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정확한 생산량이 얼마인지 데이터(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대형 유통업체들이 선도 계약으로 수산물 가격 안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물장어 분야에선 롯데마트가 올해 처음으로 장어 계약 양식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롯데상사 및 밀양정산양만과 협약을 맺었다. 필리핀에서 수입한 치어를 양식업체가 키워내 정해진 가격에 롯데마트에 출하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롯데상사가 수입한 160㎏의 치어는 내년 4800㎏의 장어로 자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식당에 가는 대신 마트에서 손질된 장어를 사다 구워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롯데마트 장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23.4% 늘었다.
계약 양식은 양식업자 소비자 마트 등 3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다. 롯데마트는 공급량이 일정한 만큼 장어를 시세에 관계없이 저렴하게 확보, 판매할 수 있다. 내년처럼 장어값이 오를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양식업체는 안정적으로 양식장을 운영할 수 있다. 장어 양식업은 장어가 성장하는 기간이 길어 자금 회전이 쉽지 않다. 계약 양식을 하는 밀양정산양만에는 롯데상사가 장어를 기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먼저 대준다. 안정적 가격에 장어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도 이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농산물을 계약재배하는 경우는 많지만 장어를 3자 협력 방식으로 계약 양식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밀양=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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