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수도국산 민구(1983~)

입력 2021-05-02 19:16   수정 2021-05-03 01:10

네 식구
단칸방 살 때
도둑이 들었다

자는 척
이불 속에 누워 있는데

고장 난 비디오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선이 끊어져서
조용히 나갔다

옆집 아저씨

-시집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아침달) 中

수도국산에도 봄이 왔습니다. 네 식구가 방 한 칸에서 곤하게 잠을 잡니다. 아니 자는 척합니다. 옆집 아저씨는 고장 난 비디오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들었다 놓았다 하는 마음에서 죄와 도덕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것입니다. 비디오 잃어버린 네 식구의 허한 마음과 분노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도둑의 깊은 갈등을 유머로 만드는 건 선이 끊어져버린 비디오지요. 선 끊어진 비디오란 어쩌면 옆집 아저씨가 스스로 죄를 깨우치길 바라는 수도국산 네 식구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한 시인의 짧은 시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작은 일들을 더 소중하게 챙기면서 주위를 잘 둘러봤으면 합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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