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한·미 간 동맹 관계의 확대·전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과 공고한 산업동맹을 맺으면서 향후 중국과의 관계도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성태윤 교수는 “반도체 문제만큼은 미국에 적극 협조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등 얻어낼 것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5세대(5G) 통신, 배터리, 희토류 등 사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첨단기술과 희소자원 분야에서 일종의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주도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반도체를 넘어선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일본을 대신할 수 있는 첨단기술제품 중간재 공급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각종 첨단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백신 확보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력체)’ 참여가 회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을 점쳤다. 김태기 교수는 “지난달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으로 부르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내한한 것은 미국이 사실상 공식적으로 쿼드 참여를 두 번에 걸쳐 요청한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과 직접 대화해 쿼드 참여 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쿼드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대신 코로나 대응 등 일부 분과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미·중 간에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할 때가 아니다”며 “쿼드에 들어가겠다면 전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쿼드 가입은 국내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한국이 다른 방식으로 동맹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실용적 외교 노선은 한마디로 북한의 피를 말리겠다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고집하면 이번 회담은 큰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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