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애플 주식을 더 사지 않고 매도한 것은 우리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놀랍도록 효율적인 방식으로 초고속으로 부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버핏 회장은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 주가는 1965년 이후 연평균 20%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4시간여에 걸친 주총에서 애플에 대해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을 만들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작년 말 애플 지분 중 일부를 매도한 것과 관련해선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4분기 보유하고 있던 애플 지분 중 3.7%를 매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애플 지분을 1116억달러어치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자동차와 애플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하면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팬데믹 직후 항공주를 대량 매도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항공산업의 수익력이 감소했고 해외 여행은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 산업이 잘 되길 바라지만 관련 주식을 다시 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낙관했다. 버핏 회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확장 정책과 부양책 덕분에 경제의 85%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멍거 부회장은 미국 정부의 돈풀기 정책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더 많은 재정 지출을 요구하는 현대통화이론가들은 너무 자신감에 넘친다”며 “무제한으로 그렇게 하면 참사로 막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정책에 대해 묻자 멍거 부회장은 “캘리포니아가 세율을 높여 부자들을 쫓아내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젊은 층은 이전 세대보다 부자가 되는 게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혐오스럽고 문명의 이익에도 배치된다”고 혹평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날 흑자로 전환한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작년 1분기에는 497억달러를 손해봤으나 1년 만에 117억달러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이 회사 주식 포트폴리오(총 2820억달러)는 정보기술(38.8%)과 금융(31.2%), 소비재(12.1%) 비중이 컸다. 개별 종목 중에선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등 순이었다. 이 중 코카콜라 지분은 1988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1993년부터 보유하고 있다.
올 들어선 매도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주식 매도로 64억5000만달러를 챙겼으나 매입엔 25억7000만달러만 투입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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