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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에 머리채 잡힌 사람이 있다고 하면 믿을까. 지난 2015년 경남 마산에 사는 50대 여성은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봉변을 당했다. 로봇청소기가 머리카락을 5㎝가량 빨아들여 빠지지 않았던 것. 결국 마산 소방서에서 출동한 대원들이 청소기를 완전히 분해한 뒤에야 이 여성은 머리카락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영국의 가디언 등 외신들까지 '로봇청소기의 역습' '로봇 디스토피아의 예고편' 등으로 이 사건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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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황당한 사례는 많다. 로봇청소기가 반려견 변을 밟고 지나간 뒤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 바람에 온 집안에 똥칠을 했다는 사연은 '로봇청소기 대참사' 혹은 '그랑죠 마법진 그리는 로봇청소기' 등 제목으로 인터넷을 떠돈다. 로봇청소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출했다는 사연, 로봇청소기를 구박했더니 소형난로를 쇼파로 밀어 화재를 유발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간인식과 사물인식 기능이 미흡해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데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에 동물의 변이나 사람 머리카락도 흡입하고, 집의 경계가 어디인지 알지 못해 밖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사실 그동안 로봇청소기가 로봇보다는 청소기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마산 사건이 일어난 뒤로 6년 가까이 흐른 지금 로봇청소기는 얼마나 발전했을까. 지난달 27일 삼성전자가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진행한 '삼성 제트봇 AI' 소개행사에서 기술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다. 제품명에도 들어있듯 AI기술이 대폭 강화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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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로봇청소기는 높이가 낮은 사물은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했다. 얇은 천이나 전선 까지 흡입하지 않고 피해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바닥에 떨어진 먼지와 오염물질을 청소하는 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00만건 이상의 이미지를 로봇청소기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똑같이 높이가 낮아도 밀가루 더미는 청소하고, 양말은 피해갈 수 있는 이유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전선에 칭칭 감기거나, 식탁 밑에서 우왕좌왕하다 전원이 꺼지는 등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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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보여진 시연에서 제트봇 AI는 집안을 청소하다 양말을 맞닥뜨리자 이를 우회해서 지나갔다. 삼성 스마트싱스 앱에서는 '88%의 확률로 양말'이라는 정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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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옆으로 피해서 돌아갔다. 이처럼 인식할 수 있는 사물 가짓수가 100만건에 달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사용하면서 추가로 정보를 학습시켜 인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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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공간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것도 특징이다. 청소기를 처음 작동한 뒤 집안을 탐색시키면 집의 면적, 방 갯수부터 가구와 전자제품까지 정보로 저장한다. 이후 사용자가 "TV 주변 청소해줘" "침실 청소해줘" 등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면 그곳으로 이동해 청소한다. 집밖을 나가거나 엘리베이터로 향할 걱정도 없다.
청소가 끝나면 스스로 청정 스테이션으로 돌아간다. 이 때 자율주행 기술인 라이다를 활용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간다. 청정 스테이션 앞에 도착하면 방향을 돌린 뒤 후진해 제 자리에 안착한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대목은 반려동물 돌보미 기능이었다. 사용자가 집을 비웠을 때 남겨진 반려견이 잘 지내는지 제트봇 AI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다. 반려견이 큰 소리로 짖으면 이를 인식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반려동물이 불안해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제트봇 AI에게 음악을 틀어주라고 시킬 수도 있다. 반려동물 앱 '아지냥이'와 함께 제작한 플레이 리스트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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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로봇청소기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한다면 스마트싱스 펫케어 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반려동물이 로봇청소기에 친숙해지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영상으로 올라와있다. 수의사 설채현씨와 협업해 제작한 반려동물 케어 영상도 볼 수 있다.
로봇청소기에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시킨 기업은 삼성전자 뿐 아니다. 중국의 에코백스, 샤오미 등 제품에도 AI와 라이다 기술이 들어갔다. 불과 2년 만에 로봇청소기가 청소기에서 로봇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 측은 "언젠가는 양말을 피해갈 뿐 아니라 직접 양말을 다른 곳으로 치워주는 기술이 탑재될지 모른다"며 "홈 로봇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내다봤다.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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