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4월 말(818)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올랐다. 한국 수출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미주 동부해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6419달러, 서부해안 운임은 5023달러를 기록했다. 두 노선 모두 역대 최고치다. 유럽 운임도 4630달러로, 전년 동기(753달러) 대비 여섯 배 급등했다.
해상운임은 올 1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한 달 새 20.6% 오르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화물대란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였다. 각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서 예상보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공급이 부족해졌다.
올 들어 미국과 유럽에선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보복소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화물 수요는 2억138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보다 6.9% 늘어나는 반면 선복량 증가는 절반 수준인 3.4%에 그칠 전망이다.
해외 선사들의 ‘코리아 패싱’도 화물대란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국내 수출 기업은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남은 선적 공간을 채우고 미국·유럽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이용할 때가 많다. 문제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해외 선사들이 최근 들어 대부분 만선으로 싣기 때문에 부산항을 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물건을 실으면 거리가 멀어 운임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산항을 거치지 않는 이유다. 유럽 노선 운임도 이집트 수에즈운하 운항 중단 사고 여파로 다시 급등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해상운임 급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은 2조원대 중반, 영업이익은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1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9807억원)보다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다.
HMM은 2015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가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해상운임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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