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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가 마냥 막는다고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국경 없이 365일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장이다. 자산운용사의 신상품은 금융당국이 차단할 수 있지만, 고위험을 끌어안고 스스로 뛰어드는 투자자는 통제 불가능이다.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말 그대로 솔직한 심경 고백이다.
코인 투자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은 위원장,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사실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그의 말은 금융당국 고위 관료로서 당연한 얘기다. ‘어른’이란 표현을 문제 삼아 은 위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너 잘 걸렸다’ 수준의 여론재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의 진짜 실책은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거래가 뚝 끊겼던 2018~2019년에 손을 놓고 있었던 점이다.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우는 ‘특정금융정보법’과 암호화폐 수익에 과세하는 ‘소득세법’을 개정하긴 했다. 다만 국제기구 권고나 해외 과세 사례를 따른 것일 뿐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 자체는 멈춰버렸다. 당시 코인 시세가 가끔 들썩일 때 금융위 당국자들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매번 “큰 문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치 프리미엄(해외 시세 대비 웃돈)’이 사라진 것을 보면 국내는 잠잠하니 특별한 대응이 필요 없다는 논리였다.
타이밍은 연애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정책에도 중요하다. 이제 정부는 ‘솔직한 심정’만 털어놓을 게 아니라 ‘솔직한 정책’을 내놨으면 한다. 선택지는 딱 두 가지일 것이다. 1번은 제대로 규제하는 방법이다. 일본처럼 암호화폐 산업을 규제하는 업권법을 만들고 코인 상장부터 투자자 보호까지 촘촘한 규정을 마련하면 된다. 2번은 제대로 방치하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암호화폐를 인정할 뜻이 전혀 없으니 수익을 얻든 손실을 보든 본인 책임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정부에 한 가지 부탁 더. 암호화폐가 계층 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로 둔갑한 이 지경까지 온 이유를 복기해보고 ‘솔직한 사과’도 곁들이면 좋겠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코인 투자 열풍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돈 복사 파티’가 끝난 이후 사회적 리스크를 더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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