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70년 만에 제주로 돌아온 이중섭 '해변의 가족'

입력 2021-05-03 17:39   수정 2021-05-04 01:33

발가벗은 가족이 바닷가에서 물새들과 한데 얽혀 행복하게 노닐고 있다. 배경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초록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미소를 자아낸다.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이 6·25전쟁으로 제주로 피란한 1951년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살며 그린 ‘해변의 가족’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은 최근 이 작품을 비롯한 이중섭의 작품 12점을 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했다. 화가의 제주도 시절 작품인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유화 6점, 게(蟹)와 가족·물고기·아이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은지화 2점, 수채화 1점 등이다.

그간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작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작가가 1950년 흥남 철수 때 대부분의 작품을 북한에 남기고 와서다. 미술관은 2002년 개관 당시 진품을 단 한 점도 소장하지 못해 복제화만 전시했고, 이번 기증 전까지만 해도 47점의 소장품 중 유화는 10점도 채 되지 않았다. 이중섭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걸작들은 오는 9월부터 이중섭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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