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씨(38)는 며칠전 6살 딸을 위해 유전자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ARK Genomic Revolution(ARKG) ETF'를 1000달러 어치 사줬다. 지난 설날에 친척들에게 받았던 새뱃돈과 이번에 받은 어린이날 용돈을 합친 돈이다.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는 유전자 관련 산업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딸 이름으로 사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 일부도 해외 성장 관련 ETF로 조금씩 옮겨담을 예정이다.
올 들어서 미성년자 계좌수가 급증세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17만6661개였던 미성년자 주식 계좌수는 올 4월까지 31만5045개로 4개월만에 78.3% 급증했다. 해외주식으로의 투자 영토 확대, 주식을 통한 금융·산업 교육 열풍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를 통한 장기수익 추구'라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수익과 금융교육 효과를 두루 챙기려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로 4차산업으로의 변화 과정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을 추천했다. 특히 ETF를 통한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미국의 대표적인 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SPDR S&P 500 ETF (SPY)'를 추천했다.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았을 때 안정적인 수익 추구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TIGER 나스닥100 ETF'를 꼽았다. 미국 혁신 기술주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나스닥은 기술주 중심이라 산업 변화를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개별 종목보다는 리밸런싱(종목 교체)을 하는 ETF가 4차산업 혁명의 변화를 좇아가기에는 더 적합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같은 이유로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nvesco QQQ trust ETF(QQQ)'를 추천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4월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7억7970만달러를 보유(7위)한 종목이다.
전경대 파인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Consumer Staples Select Sector SPDR ETF(XLP)'를 추천했다.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때는 삼성전자처럼 업황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클 종목보다는 꾸준히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틸리티·통신·음식료 등이 낫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제조업은 산업 변화에 따라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업종을 ETF로 투자하는 게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별 종목 성장성에 베팅하라는 조언도 있다. 오화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네이버를 추천했다. 10년을 봐도 네이버의 신사업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내수 성장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한 때 '자녀에게 사주고 싶은 종목 1위'를 차지하곤 했던 디즈니를 추천했다.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를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디즈니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궤도를 이끌 종목인데다가 자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장기수익과 교육효과를 두루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안정환 BNK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현대차를 추천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주변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산업의 변화를 느끼면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를 추천했다. 자녀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하는 동시에 친환경 투자 트렌드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타버스 대장주로 꼽히는 로블록스를 추천했다. 그는 "메타버스 산업은 지금 막 태동기지만 지금 자녀세대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분야"라며 이유를 밝혔다.
고윤상/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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