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간 전 해외 먼저 팔린 홍준성 신작 '카르마 폴리스'

입력 2021-05-04 17:20   수정 2021-05-05 02:23

신진 작가의 소설 판권이 정식 출간 전에 해외의 대형 출판 에이전시에 팔려 출판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홍준성 작가(31·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카르마 폴리스》(은행나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한국 문학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달려졌다는 평가다.

《카르마 폴리스》는 중세 유럽풍의 가상 도시 비뫼를 배경으로 여러 인간 군상의 얽히고설킨 인연을 풀어낸 작품이다. 카르마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인간이 살면서 짓는 ‘업보’, 폴리스는 경찰을 뜻하는 영어다. 작품 제목처럼 작가는 범인을 쫓는 경찰관의 냉철한 시선으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 맺는 관계와 이 인연들이 만들어낸 업보를 추적해나간다.

비뫼는 현재의 한국 사회와 중세의 유럽 도시가 결합된 판타지풍의 독특한 공간이다. 지하철 청소부로 일하다 생긴 관절염을 다스리기 위해 약재상에서 박쥐를 사다 고아 먹는 중년 부인과 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그의 남편이 사는 도시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왕국이다. 여왕이 왕국을 다스린다. 난쟁이들이 집단 거주지 게토(Ghetto)에는 신비로운 상점이 늘어서 있고, 철가면을 쓴 채 지하 감옥에 갇힌 비운의 왕자도 등장한다. 지하철과 마법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공간이다.

홍 작가는 “한국 사회라는 특수성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판타지풍의 공간을 배경으로 선택했다”며 “여러 인물이 구조적으로 빚어내는 비극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는 단독 주인공은 없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그 비중과 상관없이 유리부인, 남편, 꼽추, 42번, P수사, 가시여왕처럼 얼굴을 숨긴 호칭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질 뿐이다. 거세게 흘러가는 인간사의 물결을 담담히 내려다보는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부르는 파국을 독자의 눈앞에 펼쳐놓을 때 이들을 평가하거나 단죄하지 않는다.

지난달 9일 출간된 이 작품은 그에 앞서 미국의 대형 출판 에이전시인 바버라 지트워에 영미권 및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판권이 팔렸다. 출간 전 전자책 대여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 형태로 연재되면서 국내 출판 에이전시의 눈길을 끌었고 여기를 통해 바버라 지트워에 소개됐다. 홍 작가는 대학 시절인 2015년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신진 작가다. 이번 작품은 전작 《열등의 계보》에 이은 두 번째 장편이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이 작품은 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런던도서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최근 한국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서 한국 문학과 작가들에 대한 평가가 올라간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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