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슈퍼리치들의 이혼

입력 2021-05-04 17:30   수정 2021-05-05 01:07

“우리는 오랜 기간 사랑에 대한 탐색과 시험적인 별거 끝에 이혼하기로 했다. 친구로 공유한 삶은 계속할 것이다.”

2019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혼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갑작스런 이혼 사유만큼이나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게 재산분할 규모였다. 세계 최고 부자인 베이조스는 3개월간 협의 끝에 자신의 아마존 지분 25%(전체 주식의 4%)를 주기로 합의하고 이혼서류에 서명을 받았다. 당시 시가로 383억달러(약 44조8000억원)어치.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처 매켄지 스콧은 곧바로 세계 22위 부호에 올랐다.

베이조스만큼은 아니어도 슈퍼리치들의 ‘억 소리’ 나는 이혼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16년 네 번째 부인을 맞은 호주의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은 세 차례 이혼과정에서 약 6조원에 달하는 위자료와 재산분할분을 배우자들에게 지급했다. 프랑스 축구팀 AS모나코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외도가 발각돼 2014년 위자료 45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주고 이혼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조(兆) 단위’ 이혼 사례는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04년 이혼하며 회사 지분 1.76%(당시 300억원어치)를 배우자에게 넘겨준 게 가장 큰 재산분할 사례로 꼽힌다. 회사 주가는 이후 10배 이상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재 1조원이 넘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기록이 바뀔 수 있다.

그제 빌 게이츠 부부가 “더 이상 함께 성장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로 이혼을 발표했다. 27년 ‘잉꼬부부’가 왜 파경에 이르렀는지와 함께 146조원의 재산을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세계 이혼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거부들 사이에서는 막대한 이혼비용 때문에 혼전에 재산분할 포기 각서를 미리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혼을 해야 재산분할 청구권이 생기는데 그 권리가 생기기 전 맺은 계약은 무효’라는 이유로 혼전 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수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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