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어닝서프라이즈를 예측했지만, 영업이익은 5000억원대일 것으로 봤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 평균치)도 4200억원가량이었다. 누구도 6000억원 이상을 예상하진 못했다. 지난해에도 하반기부터 시황이 좋아 이익을 많이 거뒀는데,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7422억원)의 약 82%를 한 분기 만에 달성했다.
합성고무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라텍스 장갑의 원료가 되는 NB라텍스 판매가 좋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라텍스 장갑 판매가 폭증한 영향이다. 라텍스 장갑은 과거 의료용 등 제한된 용도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요식업, 산업용, 가정용 등으로 사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여기에 타이어 소재(SBR) 업황도 좋아져 전체 이익의 약 절반(2921억원)이 합성고무사업에서 나왔다.
합성수지사업부 실적도 좋았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많이 들어가는 고부가합성수지(ABS)와 배달용기 등에 쓰이는 폴리스티렌(PS)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페인트 원료인 에폭시 등 페놀유도체 부문에서도 2000억원 가까운 이익이 났다.
업계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것은 물론 2조원도 달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 경영권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다퉜다. 박 회장은 표 대결 끝에 주주들의 신임을 받아 경영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박 전 상무는 지분 약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올 들어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박 회장 지분은 6.69%로 아들 박준경 전무 지분(7.17%)을 합쳐도 약 14%에 그친다. 지분 약 8%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선 박 회장 손을 들어줘 승리했으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영권을 지켜낸 박 회장은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퇴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실적이 가장 좋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 일각에선 추후 경영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법무부의 취업 제한 통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2018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대표로 복귀했다가 법무부로부터 취업 제한 통보를 받았다. 박 회장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안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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