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본가로 키워라. 돈에 대해 가르쳐라.”
‘존봉준’으로 불리며 작년 동학개미운동의 상징이 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그는 2020년 5월 《엄마 주식 사주세요》라는 책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주식을 사주면서 경제를 가르치고, 부자 DNA를 심어주라는 메시지였다.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등장에서 그의 말에 따라 자식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수많은 ‘파파개미’ ‘마마개미’가 탄생했다. 올해도 이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다. 작년과 다른 점은 자녀를 위한 주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주에서 벗어나 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하는 전문가도 많아졌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에서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은 키움증권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4월 한 달간 개설된 미성년자(만 19세 미만) 신규 계좌는 2만4665개로 지난해 동기(6803개)보다 259.6% 급증했다. 지난해 말 17만6661개이던 키움증권 미성년자 계좌는 올 들어 4월까지 31만5045개로 늘었다. 4월까지 개설된 신규 계좌가 13만8384개로 이미 지난해 전체(11만5623개)를 넘어섰다.
전체 증권사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2019년 말 20만4696개에서 지난해 말 60만1568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보유액도 1조4268억원에서 3조47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많아졌다. 미성년자 계좌는 코스피지수가 2300선에서 3000선으로 올라선 지난해 4분기부터 급증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주를 많이 사줬다.
올해는 전략이 바뀌고 있다. 자녀에게 해외 주식과 해외 ETF를 사주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 기술주와 ETF 투자가 대중화된 영향이다. 이들은 자식에게도 해외 주식을 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올 들어 4월까지 136억8713만달러에 달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어린이날을 맞아 전문가들에게 ‘10년을 보고 자식에게 사줄 만한 주식’을 추천받은 결과에서도 네이버 현대차 등 국내 주식뿐 아니라 로블록스, 나스닥ETF 등 다양한 해외 주식이 있었다.
주식을 교육 수단으로 여기는 부모도 많아지고 있다. 미성년자 계좌당 평균 보유액이 낮아지는 이유다. 2019년 계좌당 평균 보유액은 69만7000원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50만6500원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도 계좌 수는 늘고 보유금액은 줄고 있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100세 시대에 금융투자는 필수지만 주식 등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건 금융교육의 첫걸음을 떼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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