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의 발언대로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3일(현지시간) “경제 전망이 확실히 밝아졌다”고 평가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7%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위원들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6.5%) 수준을 웃돈다.
한은 통화정책 향방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Fed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한은은 한 발짝 먼저 움직여 왔다.
Fed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 8일 기준금리를 연 2%에서 연 1.5%로 낮췄다. 같은 해 12월16일에는 연 0~0.25%로 재차 내렸다. 한은도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튿날인 2008년 10월 9일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연 5%로 낮췄다. 이어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2009년 2월 12일 연 2%까지 내렸다. 한은은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 직후 1년 5개월 후인 2010년 7월 9일 연 2%에서 연 2.25%로 인상했다. 미국은 테이퍼링을 실시하고 난 직후인 2015년 12월에야 뒤늦게 기준금리를 연 0~0.25%에서 연 0.25~0.5%로 높였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2021년 4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올해 1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큰 폭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며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빨라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최근 금통위원 발언 가운데 가장 매파적이다. JP모간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금융불균형을 언급한 매파 위원들은 조윤제·고승범·임지원 위원으로 추정된다.
한은 안팎에서는 다음달 12일 이주열 총재의 '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인상 신호가 담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17년, 2019년 창립기념사에서도 각각 인상, 인하 신호 던진 직후 기준금리를 조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2017년 6월 12일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다섯 달 후인 그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높였다.
이 총재는 2019년 6월 12일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는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커져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했고 한은은 한 달 뒤인 7월과 그해 10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췄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Fed가 오는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맞춰 올해 한국도 집단면역 등의 전제 조건을 바탕으로 연내 한차례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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