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침해하는 지구단위계획 철회하라. 주민정서 반하는 지구단위계획 결사반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1356가구) 재건축 사업이 공공성을 강조한 지구단위계획에 발목이 잡혔다. 주민들은 지구단위계획 반대 의견서를 송파구에 제출하고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추진도 일시적으로 중단할 방침이다. 지구단위계획은 개발 단지의 정비계획보다 큰 개발 밑그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아시아선수촌 지구단위계획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한 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열람 기간은 7일까지다. 지구단위계획은 건축물의 높이와 용적률, 건축물 용도, 기반시설 등 전반적인 사항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뜻한다.
주민들은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지구단위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선수촌 지구단위계획에는 신혼부부·노인·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분양·임대주택 공급과 공공 보행통로 등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 설치 등이 담겼다. 주민 측은 “기존 단지가 전용면적 99~178㎡ 등 중대형으로 구성됐는데 신혼부부·노인·청년 등을 위한 1~2인 임대가구가 주요 위치에 배치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며 “단지를 관통하는 개방형 공공 보행통로 등도 주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이르면 6월 확정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추진도 보류됐다. 주민들은 지구단위계획 수정이 이뤄질 때까지 1차 정밀안전진단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뜻을 송파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2018년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단지는 3월부터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그간 상승세를 탄 집값도 주춤하고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단지 전용 122㎡는 지난달 5일 29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28억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올 들어 재건축 기대가 커지면서 문의 전화가 늘었지만 공공성을 강조한 지구단위계획이 공개된 이후 분위기가 다시 잠잠해졌다”며 “매물도 모든 주택형을 통틀어 한 가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서울 재건축이 무조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달 들어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심의가 보류되는 등 서울시가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집값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보류 중인 여의도, 압구정 등의 지구단위계획 수립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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