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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저서 《위대한 혁신》에서 ‘어떤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혁신은 엄청난 근면과 인내심, 책임감을 요구하는 아주 힘든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노력은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초점도 놓치면 안 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자질, 천재성, 지식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인상주의 대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걸작 ‘정원의 여인들(Femmes au jardin)’은 위대한 혁신이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물이 아니라 힘든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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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빛은 색의 근원이며 색은 빛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그림으로 증명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색이 그 물체의 색이라는 원리를 어떻게 그림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모네는 부단한 연구와 실험을 거쳐 혁신적인 창작 방식을 개발했다. 바로 자연광선에 의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의 변화와 순간적 효과를 이용해 사물의 첫 인상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화폭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화창한 여름날 네 명의 여성이 정원을 산책하는 장면을 담은 이 그림은 그 혁신의 비결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먼저 당시로는 이례적으로 세로 255㎝, 가로 205㎝의 대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큰 캔버스를 선택한 이유는 매년 열리는 살롱전에 대작을 출품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겠다는 야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화폭이 워낙 커서 붓이 닿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프랑스 파리 교외의 빌다브레에 임대한 자신의 집 정원에 도랑을 파고 도르래를 이용해 캔버스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모네는 훗날 야외 작업 과정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정말로 큰 캔버스를 그 자리에서 단숨에 채워버렸고 자연을 직접 바라보며 그렸다. 그 자리에서 끝내지 못한 부분은 빈 공간으로 남겨두었으며 점점 캔버스를 도랑 속으로 낮게 내려 팔이 닿지 않던 윗부분을 칠했다.’
다음으로 아내 카미유를 그림 속 네 명의 여인으로 등장시켰다. 카미유 혼자서 1인 4역 모델을 맡게 한 것이다. 순종적인 아내였던 카미유는 온종일 강한 햇빛을 받으며 남편이 원하는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최신 패션 드레스를 여러 번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고 한다. 끝으로 모네는 ‘빛이 곧 색채’라는 예술적 신념을 그림에 구현하기 위해 끈기와 인내심을 발휘하며 빛의 효과를 관찰했다.
그의 목표의식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도 전해진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가 모네를 찾아갔을 때 그는 매우 한가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쿠르베가 ‘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고 묻자 모네는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쿠르베는 ‘그동안에 배경이라도 그릴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지만 모네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그리려는 기상 조건과 정확히 같은 빛의 효과를 얻을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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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 사비나미술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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