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탁까지 덮친 인플레…올 들어 닭고기값 두 배 뛰었다

입력 2021-05-07 17:25   수정 2021-05-12 15:21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식료품 물가까지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수산물, 닭고기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식료품 제조업체들이 수개월간 경고해온 고물가 현상이 미국 장바구니 물가를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7% 상승하며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닐슨IQ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수산물 가격은 올 들어 평균 18.7%(4월 24일 기준)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조리식품은 8.8% 상승했고, 미국인들의 주식인 롤·번 등 제빵류와 베이글은 각각 7.5%, 6.6% 올랐다. 블룸버그는 “닐슨IQ가 추적한 총 52개 식료품 중 버터와 우유를 제외한 나머지 50개 항목의 가격이 1년 전보다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KFC, 윙스톱, 버펄로와일드윙 등 미국 닭고기 테이크아웃 전문점들이 가파르게 급등한 닭고기 값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어너배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당 평균 1달러였던 닭가슴살은 올 들어 두 배 올라 2.04달러(5월 3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닭가슴살의 지난 10년간 평균 가격은 1.32달러였다.

작년 초 1.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던 닭날개도 최근 2.9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WSJ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장 및 배달이 비교적 용이한 닭날개 요리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닭날개 판매량은 지난 1년간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닭고기 수급난이 심각해지자 KFC는 지난달 가맹점주들에게 치킨 신제품의 온라인 판촉 활동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 △운송비 급증, 공급망 교란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꼽았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외식 대신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식료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다 백신 접종 확대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현금 지급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식료품 가격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점차 회복되면서 운송비 상승을 부추기고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23종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상품현물지수(BCSI)도 이날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닭고기를 비롯한 모든 육류 가격 상승 원인으로는 곡물 값이 지목됐다. 동물 사료의 원재료인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육류 가격도 덩달아 상승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BU·곡물량을 세는 단위·약 25.4㎏)당 7달러를 넘으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소맥협회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 기준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 가격도 지난달 30일 기준 부셸당 7.42달러를 찍었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요식업계 물가 상승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레스토랑 체인점 아이홉 등을 운영하는 다인브랜드글로벌의 존 페이튼 최고경영자(CEO)는 “가금류와 돼지고기, 팬케이크 믹스 등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인건비도 올라 올해 음식 메뉴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니퍼 바르타셔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최근 몇 년 새 상승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CEO는 최근 t당 1만달러를 돌파한 구리 가격에 대해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구리 가격이 2025년에 2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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