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승인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뽑아준 건데 왜 안 해주냐고 허탈해하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오세훈 서울시장의 ‘속도 조절’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을 사실상 반려했지만 현지 중개업소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시간 문제일 뿐 결국 재건축 사업을 허가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공간 조성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지 못했지만 단지 내 중개업소에는 여전히 매수 문의 전화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4건 거래가 성사된 뒤 거래 가능한 매물은 거의 없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간혹 한두 개가 나와도 전세 세입자가 있어 팔기 어려운 매물뿐이라고 했다. 이 단지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잠실동에 있어 실거주할 수 있는 경우에만 매수할 수 있다. H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보류 결정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재건축 기대가 여전히 큰 상태”라며 “팔자는 집주인이 없어 매물이 ‘0’개”라고 했다.
매매가 역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 4월 23일 이 단지 전용 76㎡는 24억63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신고가였던 23억원(9층) 대비 7개월 새 1억6300만원 올랐다. 현재 호가는 25억원 수준이다.
잠실주공5단지 옆 장미1차 아파트도 올 1월 전용 71㎡가 18억1000만원에 손바뀐 뒤 매물이 잠겨 있다. 현재 19억8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근 한 달 새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 장미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잠잠했던 거래가 최근 한두 건씩 살아나고 있지만 현재 매물은 4~5건 정도”라며 “대장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을 본격화하면 인근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함께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했다.
S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도시와 고덕 강일지구의 새 아파트 입주가 이달부터 줄줄이 있어 전세 수요가 많이 빠져나갔다”며 “하지만 실거주하려는 조합원이 많아 전세 매물은 많지 않다”고 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집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업은 송파구 잠실운동장 일대 33만여㎡에 삼성동 코엑스 세 배 크기인 12만㎡ 규모의 전시장과 회의시설, 스포츠콤플렉스(1만1000석), 호텔(객실 900개), 문화·상업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복합 단지가 조성될 종합운동장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재건축 단지인 잠실우성 1~3차 전용 84㎡ 매매 실거래는 20억8400만원이다. 현재 호가는 22억~23억원 수준이다. 2008년 입주한 인근 대단지인 잠실 엘스 전용 84㎡ 매매 시세인 23억3300만원에 근접하고 있다. 리센츠 전용 84㎡도 23억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잠실우성 1~3차는 지난달 조합 설립을 신청해 2년 실거주 조합원에게만 새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마이스 개발까지 더해 최근 호가가 5000만~6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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