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우려해온 ‘공매도 재개=주가 하락’이라는 공식은 늘 성립하는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재개 후 1주일간 거래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코스닥150지수는 하락했지만 공매도 공세를 견뎌낸 코스피200지수는 되레 상승했다. 공매도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종목을 선별해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하락을 예상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하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도세가 강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가속하는 요인이지, 상승하는 증시의 방향성을 돌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공매도 거래 대금은 7605억원이었다. 공매도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코스닥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큰 편이었다. 공매도 거래대금 1위를 기록한 씨젠(-12.3%), 2위 카카오게임즈(-2.6%), 3위 케이엠더블유(-9.9%), 5위 파라다이스(-2.2%) 등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닥150지수도 이 기간 1.3% 떨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의 경우 하루 중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는 글로벌 기술주와 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875억원, 비중은 10%로 공매도 금지 직전 1주일간 거래 비중(39%)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개인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52억원, 비중은 1.8%로 작년 1~3월 거래 비중(1.2%)보다 늘었다.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대주 시스템 개선 및 대주 재원 확충 조치에 힘입어 개인 공매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금지로 왜곡됐던 파생시장도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 이후 현물시장의 공매도 수요가 선물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선물 저평가 상태가 이어져왔다. 베이시스(선·현물 가격 차)가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현물이 선물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됐기 때문에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도차익거래가 확대된다.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선물 공매도 수요가 현물로 다시 분산되고, 이는 선물가격 괴리율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코스피200 선물의 시장 베이시스가 강세로 역전되면 그동안 매도차익 위주로 대응했던 금융투자 또는 연기금이 매수차익거래를 수행할 여력이 생긴다”며 “수급 여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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