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6억 초과' 43만가구 급증…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

입력 2021-05-09 17:33   수정 2021-05-17 15:33


서울 사당동 롯데캐슬(전용 84㎡)에 사는 이모씨는 올해 재산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주택 재산세를 절반이나 깎아준다고 발표한 것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씨의 기대는 지난 3월 무너졌다.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해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올해 이씨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재산세를 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올해 공시가격 급등과 세율 인상 등으로 ‘부동산 세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각종 부동산 세금 고지서가 발급되면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과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급증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산세 감면 못 받는 가구 63%↑
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세법을 개정해 재산세 특례세율을 도입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이를 근거로 “대다수 가구의 재산세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처럼 작년까지 재산세 감면 범위에 있었더라도 올해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했다면 이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씨가 보유한 사당동 롯데캐슬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5억8000만원에서 올해 7억5700만원으로 뛰었다. 납부해야 할 재산세(도시지역분, 지방교육세 등 포함)는 작년 140만1600원에서 올해 182만2080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나마 세 부담 상한 30%를 적용한 것으로, 상한이 없다면 200만원 넘는 세금이 부과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만약 특례세율 적용 범위가 공시가격 9억원 등으로 확대되고 세율 인하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이씨의 재산세 납부액은 128만원으로 줄어든다.

세종 다정동 가온마을 4단지(84㎡)도 비슷하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작년 3억6200만원에서 올해 6억66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이곳도 작년엔 재산세 감면 대상이었지만 올해엔 제외됐다. 이 단지의 재산세 부담액은 작년 73만원에서 96만원으로 뛰는 것으로 계산된다.

실제로 공시가격 6억원 초과 가구는 올해 크게 늘었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황에 따르면 전국 111만7104호가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했다. 작년 68만3455호에 비해 63.4% 많아졌다. 서울의 6억원 초과 공동주택 수는 75만8718호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작년 20.8%에서 비중이 8.5%포인트 커졌다.

다만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 부담은 낮아진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특례세율이 적용된 것으로 간주해 작년 재산세를 산출한 뒤 세 부담 상한에 따라 재산세가 10%만 증가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고가주택 종부세 부담 급증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은 11월 종부세 대상이 된다. 재산세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세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시가격 상승 영향만 있는 재산세와 달리 세율 인상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영향까지 있어서다.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지난해 1359만원에서 올해 2091만원으로 뛴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데는 공시가격이 21억7500만원에서 23억4000만원으로 오른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적용되는 종부세율이 최고 1.2%에서 1.4%로 오르고,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90%에서 95%로 뛴 영향이 더해졌다.

서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도 공시가격이 10억8000만원에서 12억7000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362만원에서 533만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월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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