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 정원 줄이면 지방대학 살아날까

입력 2021-05-09 18:02   수정 2021-05-1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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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추진한다. 올해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역거점 대학들까지 줄줄이 미달 사태를 빚자 서울 대학들의 문을 좁혀 지방으로 학생들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젊은 층의 탈(脫)지방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이면 오히려 경쟁이 심해져 부동산시장처럼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내년 대학 신입생 8만 명 부족
9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전국 대학 입학 정원은 약 49만2000명이다. 하지만 만 18세 학령인구는 47만3000명에 그친다. 여기에 군 입대, 취업, 재수 등을 제외하면 실제 대입을 치르는 인원은 4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신입생이 8만 명 부족한 셈이다. 상당수 지방대학이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 같은 지방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규모가 2023년 9만6000명, 2024년 12만3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대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올해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 중 서울대를 제외한 9개 대학이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지방 명문’으로 불리는 부산대, 경북대마저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며 재입시를 준비하는 반수나 편입을 통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계에 이른 지방대학 총장들의 대책 마련 요구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공청회에서 “수도권 대학에서 적정 규모의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방향 아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고등교육 혁신 방안 추진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가 지방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서울 사립대 입학처장은 “2009년부터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재정위기를 겪는 수도권 대학이 많다”며 “정원 감축을 보상할 등록금 인상이나 정부 재정지원 확대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 경쟁률만 더 오를 것”
입학정원을 줄여도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를 막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30대가 선호하는 반도체·인터넷·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업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조선·철강·화학 등 지역경제를 이끌어오던 전통 제조업이 2010년대 들어 불황의 늪에 빠진 것도 이 같은 쏠림 현상을 강화시켰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요즘 수험생 사이에선 ‘인(in)서울’의 개념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꼭 상위권 대학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만 가면 된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방대들은 학생들을 최대한 선점하기 위해 수시모집을 늘리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들의 2023학년도 수시모집 비율은 86.1%로 전년도(82.3%)보다 3.8%포인트 확대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은 반대로 정시 비율을 확대한다. 성적 우수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2020학년도 서울 지역 대학의 신입생 경쟁률은 13.6 대 1에 달했다. 지방대는 6.7 대 1에 그쳤다. 서울 대학들의 입학문이 좁아지면 경쟁률은 더 치솟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입시업체 대표는 “수도권 대학에 떨어지면 지방대로 가지 않고 재수하는 학생들만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부동산 정책처럼 부작용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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