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부동산 사과'에…이재명 "개혁 방해한 관료들 책임 커"

입력 2021-05-10 15:11   수정 2021-05-10 15:24


이재명 경기지사는 10일 “국민을 두려워하고, 위임권력을 존중하는 관료 즉 고위 직업공무원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失政)’ 책임의 상당부분을 관료들에게 돌린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여당 야당 아닌 '관당'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오명>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중에선 오래전부터 여당 야당 아닌 '관당'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말이 회자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직업공무원제에 따라 신분이 보장된 관료는 정치권력의 교체와 관계없이 영속되며, 외관상으로 위임권력에 복종하는 임명 권력”이라면서도 “실질에서는 '관피아', '모피아' 등의 이름으로 위임권력과 또 다른 독자적 권력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사과한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었다.

이 지사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강조해 오신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평생주택 공급방안 강구’,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라는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며 “그럼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누군가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관료를 비판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집권 여당의 개혁 의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도 했다.

이하는 이 지사 글 전문.
<여당 야당 아닌 '관당'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오명>

민주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지만,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이름으로 권력 행사는 위임받은 대리인 집단 즉 여당의 몫입니다. 야당은 권력을 위임받기 위해 노력하는 미래권력집단으로서 여당을 견제하며 균형을 이룹니다.

여당과 야당이 국가경영의 방향을 다룬다면 현실적으로 직접 현장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직업공무원 즉 관료이고, 세부적인 실행계획 역시 관료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공직자는 국민의 주권 의지에 따라 국민을 위해 무한봉사해야 하고 권력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욕망과 이기를 추구하는 인간 속성상 자기 이익을 좇는 측면이 있게 마련입니다.

직업공무원제에 따라 신분이 보장된 관료는 정치권력의 교체와 관계없이 영속되며, 외관상으로 위임권력에 복종하는 임명 권력이지만 실질에서는 '관피아', '모피아' 등의 이름으로 위임권력과 또 다른 독자적 권력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중에서 오래전부터 여당 야당 아닌 '관당'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말이 회자되어 온 이유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각종 금융제도와 조세제도의 정비, 거래 규제를 통해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게 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만 부동산을 취득 보유하게 하고, 국민 토지를 강제수용해 만든 공공택지상 주택을 '로또분양'하여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킬 것이 아니라 중산층 무주택자도 좋은 위치의 고품질 공공임대주택(평생주택)을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며, 전국의 부동산 보유와 거래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하여 투기나 부정 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력 시행하면 시대적 과제인 부동산 투기와 주거불안은 상당 정도 제거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오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며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지만, 그동안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신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평생주택 공급방안 강구’,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라는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있음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입니다.

사람이 만든 문제는 사람이 해결할 수 있고, 해결책은 창의적으로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무수한 정책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효율적인 정책일수록 기득권의 저항이 크기 마련이니 정해진 방향에 따라 구체적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는 고위 관료들의 국민중심 사고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관료를 비판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집권 여당의 개혁 의제들이 관료의 저항과 사보타주에 번번이 좌절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위임권력을 존중하는 관료 즉 고위 직업공무원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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