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종이 서류에 의존해온 실손 의료보험 청구를 전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 정보 유출 등 우려를 들어 반대해온 의료업계의 벽에 번번이 막히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900만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전재수,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이 공동 주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는 보험업계 및 소비자 단체, 의료계의 대립 구도가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 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보험 계약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에 응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게 골자다.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된 것은 실손보험 청구를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가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7293만 건 중 종이 서류 없이 처리한 비중은 0.002%(1420건)에 그쳤다. 대부분은 종이 서류를 직접 내거나 사진을 찍어 보내는 부분적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된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존의 찬반 입장이 되풀이됐다.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진료비가 소액이면 소비자가 청구하는 데 따른 이익보다 비용을 크게 느껴 (보험금 수령)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며 “청구 전산화를 통해 소비자의 노력과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계약 관계의 이행 주체는 보험사인데,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계약자 불편을 개선하는 것은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은 위원장은 “아직도 매년 4억 장의 증빙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가족, 어르신들이 병원 대기실에서 직원과 대면하고 서류를 손수 보험사에 보내고 있다”며 “더 이상 미루기는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서 개인의료정보 보호, 목적 외 사용 금지 등 안전장치를 법안에 담았다”며 “의료계도 진료 도중 증빙서류를 작성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5~6월 임시 국회에서 간사 협의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정소람/이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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